반갑습니다. 물이 내려가지 않아 속이 타는 전주 완산구 이웃들께 먼저 인사를 올립니다.
완산구는 동네마다 늘어선 건물의 얼굴이 사뭇 다릅니다. 한옥마을 언저리에는 여행 온 손님을 맞는 숙소와 식당이 모여 있고, 서신동과 효자동에는 아파트 단지가 이어지며, 완산동 골목에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주택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건물이 지어진 때도, 쓰이는 방식도 다르니 막힘의 원인도 객실 욕실에 엉킨 머리카락, 식당 주방 관에 굳은 기름, 마당 밑 낡은 관에 쌓인 흙까지 한 가지로 묶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도착하면 장비부터 꺼내지 않고, 물이 어느 지점에서 멈춰 섰는지를 먼저 짚습니다. 걸린 곳을 알아야 거기에 맞는 장비를 고를 수 있고, 손님을 받는 가게라면 객실이나 주방을 얼마 동안 비워야 할지도 미리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비용은 손을 대기 전에 먼저 말씀드리고, 끝난 뒤에도 그 액수 그대로 받습니다. 혹시 뚫어 보려고 부어 둔 약품이 있다면 감추지 마시고 이름을 알려 주십시오. 약품 종류를 알아야 맨손과 장비가 상하지 않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한밤중에 막혔든 주말이나 공휴일에 막혔든, 전화를 받으면 길을 나섭니다.
물이 내려가지 않는 하루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저희도 잘 압니다. 이웃의 일상이 다시 순하게 흘러가도록 꼼꼼히 일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